Mar 3, 2012

별헤는 밤

  어둠이 내린 저녁에, 아인이를 데리고 아파트 앞에 있는 분수대로 나왔습니다. 분수에서 내려오는 물을 아인이는 신기한 듯이 바라봅니다.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주위의 소리들을 잡아버려서, 물소리만 들리는 듯한 고요한 곳에 온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밤 하늘의 별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LA의 맑은 하늘에 별도 잘 보이는 밤입니다. 한국에서도 똑같이 보이는 별들이겠지요. 이곳이 참으로 좋고 아름다운 곳이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살던 곳을 떠나 이방인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는 어렵습니다.

  이곳은 많은 사람들이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곳입니다. 고향을 떠나서 온 사람들로 인해 나라가 시작되었고, 그 사람들은 이 땅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을 내 쫓기도 하면서, 이 부강한 나라를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또한 그들의 좀더 나은 인생을 꿈꾸며 이 나라로 들어오는 듯 합니다. 그리고, 지금 제가 배우고 있는 대학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 이 익숙하지 못한 땅에서 이방인으로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익숙하지 못하고 자신에게 무언가 불편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하나님의 계시로 인해 자신이 살던 땅을 떠나 길을 떠났던 아브라함이, 이방의 땅에서 바라보았던 그 별들을, 저도 바라보고 있겠지요. 별은 밤하늘에서 한결같이 빛나고 있지만, 길을 떠난 이방인은 자신의 길이 어떻게 될지를 알지 못합니다. 다만, 조그마한 믿음과 믿음없는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한걸음 한걸음 나아갈 뿐이지요...

  나그네는 자신이 떠나온 곳, 특히나 고향을 그리워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며 나그네 된 삶에 대한 생각에 잠긴 아빠처럼, 아인이는 자기가 태어난 이곳을 그리워하며 어딘가에서 생각에 잠기게 될지 모르겠습니다.